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 ⓒ지금제주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 ⓒ지금제주

“감사합니다.” 감귤농업인을 돕기 위해 지난해 10월 제주위미농협과 근로계약을 맺고 제주를 찾은 베트남 근로자가 A4용지에 서툴게 써서 보내온 한글 편지다. 올해 2월, 설을 앞두고 베트남 근로자의 모국 부모님께 설날 효도꾸러미를 보내드렸더니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온 것이다.

처음 시행하는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걱정은 기대감을 압도했다. 언어, 숙소, 이탈, 숙련도, 낮은 인건비, 농업인 만족도, 다른 문화 등 불안요인은 한둘이 아니었다.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지역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후 농가와 인력을 연결해 주면 농가는 일일 단위로 농협에 이용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농가는 장기간 고용에 따른 숙박, 숙식 등의 문제 없이 적기에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중개수수료가 없고 단기 고용계약이 가능함에 따라 소규모 영농 농업인들에게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전국 18개 시·군에서 실시하고 있다.

​제주는 제주위미농협이 도입하여 현재 베트남 근로자 41명이 감귤 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주체인 농협, 농가, 근로자 모두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모두 베트남으로 귀국한다면 제주에서 처음 시행한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합격점’이란 평가를 받게 된다. 합격점을 받는다면, 그 원인은 ‘베트남 근로자를 배려한 따뜻함’일 것이다.

​농협 제주본부는 낯선 제주에서 베트남 근로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농협만의 따뜻함을 전했다. 제주를 방문하는 날에 환영 행사를 하고 안정적으로 적응하여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전 농업 기초교육 및 산업 안전보건, 한국문화의 이해, 출입국관리법 및 기초생활법률 등을 교육하였다.

​통역전문가 채용과 농협 콜센터와 연계해 이들의 고충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숙소는 베트남 근로자들이 아름다운 제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해안가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로 선정하여 지역주민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농협 제주본부 임직원들이 평소 입지 않고 옷장에 담겨 있는 의류를 기부받아 겨울 점퍼, 외투 등 겨울 의류 80여 점을 선물하였다.

​설날을 앞둔 2월에는 제주가 따뜻한 제2의 고향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베트남 노동자 설 선물 꾸러미를 모국으로 배송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가장 선물하고 싶은 홍삼과 이웃 친지와 나눌 수 있도록 떡국떡, 감귤젤리, 감귤과즐, 초콜릿 등으로 꾸러미를 구성했다.

​제주위미농협과 외국인 거주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의 따뜻함도 특별했다. 일을 마친 오후에 한국어교실 운영과 휴일에는 관광지 관람 등 문화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처음으로 눈을 보게 된 겨울 한라산 등반과 감귤박람회 관람 행사는 근로자들이 가장 인상적인 추억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마을주민들의 외국인 근로자에 선입견과 거리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전하는 모습은 베트남 근로자들의 특징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냈다. 마을주민들도 근로자가 마을에서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선물도 마련해 전했다.

​농업인들도 베트남 근로자들 동네 이웃 대하듯 따뜻하게 일하는 요령을 설명하고 서툰상황이 발생해도 시간을 갖고 이해했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제주위미농협에 이어 올해는 제주고산농협과 대정농협이 신규로 선정되어 총 3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참여 농협이 두 곳이 더 늘었다.

이제는 걱정과 우려보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위미농협의 안정적인 사업 추진으로 농업인들의 인건비 부담 해소는 물로 주변 농협의 사업 참여와 관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1년간의 준비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고, 베트남 근로자들의 제주 농촌 방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제주농협이 선물한 ‘따뜻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3월이면 41명의 베트남 근로자들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그들이 베트남에 돌아가서 짧은 제주 생활이었지만 정말 제주 농업·농촌의 따뜻한 이야기를 주변에 많이 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정착되어 제주의 감귤 농가의 인력난이 해소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제주가 따뜻한 제2의 고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 중심에 제주농협이 선물한 ‘따뜻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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